영어공부법 1

영어권으로 이민온지 26년째다. 처음 도착해서 언어가 안될 때 경력자에게 조언을 구하면 하나 같이 하는 말들이 “단어 많이 외어요”였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문법을 잘 안다. 다만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단어 뉘앙스를 정확하게 아는게 불가능하고 특히나 학업에 관련된 영어는 많이 모를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단어를 많이 알고 뉘앙스를 적절하게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단어는 누구나 쉽게 안다고 보지만 ESL에서 통용되던 습관이 시니어 정규 영어에 오면 안통할 때가 많다. 뉘앙스를 정확하게 쓰는 것을 해당 과목에서 의도하기 때문이다. 단어를 많이 알고 정확한 쓰임새를 알아야 될 필요성이 무엇보다도 크다. 그리고 또하나의 장벽은 자기가 일하려고 하는 직업군에 맞는 어휘를 알고 있느냐다. 이를 둘다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우선 정규 영어할 때 필요한 실력 중의 하나가 문학적인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시를 쓴다거나 단편 소설을 쓰라고 하는데 이 경우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이 굳건해야 된다. 감성적으로 기교를 많이 부리는 스타일인지, 단순한 문체로 미니멀리즘하게 쓰는지 등등으로 시어의 내포와 의미 연결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부터 정해야 된다. 이는 틈틈히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을 읽는 수밖에 없다. 읽다보면 자기에게 가장 끌리는 스타일이 발견되고 그때부터 그 저자의 시집만 지속적으로 보면서 모든 문법 지식을 활용해서 체현해야 한다.

시어의 경우 심상이 중요하다. 시어에 달라붙은 내포는 심상의 이행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예컨데 마들렌 과자라는 시어를 보면 어떤 느낌을 갖는가? 사실적인 느낌으로는 그저 과자의 이름이고 분류명이다. 그러나 시상적인 느낌으로는 좀 다르다. 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에 찍어먹는 과자의 달콤함이 떠오를 수도 있다. 때로는 엄마한테 베이커리에 가서 사달라고 했는데 이가 썩는다고 먹지 말라고 한소리 듣기도 하고… 그런 추억에 대한 심상으로 자유로운 내포를 체현해야 하는 단어들이 시어들이다.

그런 반면 텍스트적으로 외어야 하는 단어들도 있다. 분석적 수필에 동원되는 경우인데 이 경우 단어를 보고 심상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그 단어들이 정의된 논문이면 논문, 잡지면 잡지 그 글들의 전개 내용들을 속속들이 기억해뒀다가 해당 단어가 나오면 일정부분 떠올려보는게 중요하다. 그리 반복하다보면 글을 봤을 때 한번에 어떤 내용인지 눈에 확 들어오고 글을 쓸 때 글의 기조를 정하기가 편리해진다. 특히나 외국인으로서 배우다보면 단어 의미를 이해하려고 너무 깊게 생각해서 뉘앙스 판별이 어려워지는데 이 경우 보자마자 관련 텍스트의 논지를 떠올려볼 수 있도록 연습해야 된다. 많이 읽어야 되는 이유다.

즉 단어 공부의 관건은 심상의 이행으로 읽느냐, 텍스트의 연상으로 읽느냐의 차이다. 글 쓸 때 이들 분류에 따라 적재적시에 채택하는 능력도 필요할 것이다.

내 생각에 텍스트의 연상으로 읽든 심상의 이행으로 읽든 단어 자체의 표준 의미를 아는게 필수라고 생각한다. 초심자일 때는 너무 많은 용례의 의미보다는 표준 의미를 안 상태에서 의미 확장을 이루어가야 한다. 표준 의미 또한 한글 정의 표현에 너무 갇히면 안된다. 한글 정의 표현이 정확하면 좋지만 때로는 정의자가 재량으로 표현 선택을 하는데 이 경우 한글로 된 사전보다 표준 영문 어형으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사전이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잘 수행하려면 교재의 선택이 중요하다. 우선 어문학자들이 용례를 밝힌 것도 한권 준비하고 이를 회화에서 사용되는 표현 용례를 체현하는데 쓴다. 그리고 시인들의 시집이나 소설가들의 소설도 여러권 틈틈히 읽는다. 또한 자기가 일하려고 하는 직업군에서 실질적인 저술을 한 전문서를 구해서 읽는다. 핵심은 회화를 위해서는 어문학자들의 책을, 문학적인 심상 체현을 위해서는 문학서를, 주된 문체로 구사할 문체 개발을 위해서는 자기 분야의 전문 저자의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영어 사전도 따로 심각하게 생각안해도 바로 의미가 정확하게 머리에 들어오는 종류가 필요하다.

뭐 이정도는 누구나 아는건데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책이 맞는지 살펴보려면 시행착오를 경험할 것 같다. 이를 위해 내가 찾아봤던 자료를 저자나 책 이름으로 나열해본다. 대체적으로 문체 개발이나 단어의 정확한 뉘앙스를 아는데 도움되는 것들 위주로 뽑았다. 이 책들 위주로 보면서 표준 의미에 익숙해지면 그에 기반해서 의미 확장을 이루면 영어 구사가 잘 되서 좋다고 본다.

사전류:
Cobuil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이 사전은 정의가 아주 좋다. 정의를 내리는 정의 자체의 문형이 일관적이고 형용사면 형용사, 명사면 명사 이런 문법 구성 요소마다 반복된 문형으로 정의를 내려준다. 정의된 내용도 정확해서 단어의 표준 의미를 아는데 편리하다. 일부러 생각을 오래 하다가 다른 의미로 착각하지 않게 해주고 외국인으로서 단어 뉘앙스도 잘 알게 해준다. 강추.

문학서:
저자 이름으로 나열해본다.
수잔 손택(Susan Sontag) – 이 사람은 철학박사인데 작고했다. 작고하기 전에는 예술비평이나 사회 이슈를 다룬 수필로 유명하다. 문체가 정돈되고 유려하기 때문에 참조할만하다. 여성이므로 여성으로서 영어 배우는 인문/예술 분야 전공희망자에게도 좋다.
리차드 하워드(Richard Howard) – 이 사람은 바르트라는 프랑스 기호학자의 책을 번역한 것을 보고 접했는데 복잡하지 않은 문체 구성으로 정감을 이어지게 하는 글쓰기를 잘해서 해당 문체이면서 문학적 역량을 기르는데 롤모델이 될 것 같다. 다른 책은 못읽어봤으나 좋은 글을 쓸 것 같다.
A.E.하우스만 (A.E.Housman) – 이 사람은 시인으로 무시무시한 정감의 시를 즐겨쓴 사람이다. 이 사람의 시도 읽어보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런 분야의 시어들의 정감도 알아보는데 좋다.

인문서:
저자 이름으로 나열해본다.
버트런드 럿셀(Bertrand Russell) – 이 사람은 분석철학자다. 표현력이 뛰어나고 자신감 있는 논증을 구사한다. 다른 철학자에 비해 다양한 어휘로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고 수필적으로 주장적인 글을 쓸 때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앤서니 케니(Anthony Kenny) – 이 사람의 책은 철학사에서 접했는데 문체도 표준적이라 어떤 인문 분야에서도 어울리는 문체를 구사한다. 철학사적 지식도 넓히고 문체 결정할 때 좋아보인다.
윌 듀란트(Will Durant) – 이 사람도 철학사 책으로 유명한데 화려한 필치로 흥미를 돋우는 글을 잘 쓴다. 표현 구사를 화려하게 하고 싶을때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수잔나 지겔(Susanna Siegel) – 이 사람도 분석철학자인데 참조하면 좋다. 럿셀의 경우 남성적인 느낌이 있다면 지겔의 글은 여성적인 느낌도 드는데 여성으로서 영어배울 때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차크라보르티 스피박(Chakravorty Spivak) – 이 사람은 데리다 번역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다. 이 사람의 문체도 특징적이라 참조가 된다.

과학서: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 끈이론가로 하버드대 교수라고 한다. 이 사람도 한 문체하는 사람으로 체현할 때 참조가 되는 훌륭한 문체라고 본다. 문장 구사를 특별히 잘하는 과학자라서 과학적 개념어들의 호응관계를 아는데도 좋다.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 이 사람도 하버드대 교수인데 심리학 전공이다. 다른 학술가가 가지지 못한 독특한 문체를 구사한다. 이 사람의 문체도 문체지만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는 정확한 심리 표현을 잘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문학적이기보다 과학적이다.
그렉 큐란(Greg Curran) – 이 사람은 과학교육가인데 정확한 용어 구사에 쓸데없이 문체에 겉멋이 안들어가 있는 영어권 선생님들 고유의 가독성있는 문체를 구사하면서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라 교육분야에 종사할 것이거나 품위있는 스타일로 말로 설명하고 싶을 때 보면 딱이다. 학생들을 위해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쓰면서도 품위있어 보인다.

예술서:
마크 첸(Mark Chen) – 이 사람은 디지털 이미징 전공자인데 설명도 잘하고 문장 구사력이 뛰어나다. 초심자들이 보면 뭔가 말 잘하면서도 읽기도 편한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다.
발터 벤야민 영어 번역서들 (Walter Benjamin) – 번역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지는 확인을 안했는데 독일어 원전 자체가 비유적이고 감성적인 이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영어 번역본도 흡사하게 된 것들이 많을 것 같다. 감수성있는 표현 구상에 도움될 것으로 본다.
프루스트 영어 번역서들 (Marcel Proust) – 이 사람도 영어 번역본으로 보면 감수성 있는 심상으로 표현 배우는데 좋다. 물론 번역가들의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아마존닷컴 같은데서 검색해보고 내용보기해서 구하면 좋을 것이다.

그외 생각이 안나는데 이정도 기반에서 단어의 표준 의미를 실재적인 텍스트로 알고나서 다른 자료들로 이행하면 좋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널리 쓰이는 문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모으려고 노력했는데 누락된 유형도 있을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문체를 유지한 상태에서 글도 잘쓰게 할 것이다. 물론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어휘 구사력도 생길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대로 요령을 직설화법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정도 조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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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청색공책
청색공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자 정보 제공자입니다. 어린 시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활로를 찾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탐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관심분야가 특징이구요. 도서관 사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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