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는 여러 창작 요인들이 합해져 하나의 의미체로 탄생하고, 이 의미체를 탄생시키는 요인들이 중요하다. 저자의 경험과 관점, 세계관, 어느 무엇에 대한 공감적 해석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글이다. 평소에도 글감을 찾기 위해 일생에 탐구하고 싶은 인생 철학자의 활동지역을 홀로 가보기도 하고, 여행지에 가서 외딴 골목길에 접어들어 이곳저곳을 필름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병뚜껑을 수집하는 것과 같은 취미 생활도 배우자와 함께 멋지게 해낸 일상 밀착형 경험을 날마다 기록해두면 글에 소재가 더해져서 좋은 것 같다. 평소에 타자에 대한 존중감도 있었다면, 사물을 바라보는 섬세한 감각이 있었다면 짧은 글 하나를 써도 훈훈하고 여유로운 배려감이 느껴져서 독자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감화하고 싶은 글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공감적 해석이 존재한다면, 이 말은 이책의 저자에게 말하라고 있게 된 말 같다.
저자이신 분은 카피라이터인데, 쓰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쓰시는 직업적인 언어 표현의 전문가신 것 같다. 언어만 잘하시는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 일상에서 다들 공감하고 느끼는 사건의 단상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의미를 전달하시는 솜씨가 매우 탁월하신 것 같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일생 생활에서 있던 체험에 대해 공감을 불러오시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낭만적이기도 하고 서사적이다. 큰 꿈을 가지고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교통편을 잘못 타서 실패한 체험도 내가 경험한듯 생생하게 전달되지만 왠지 느낀 바가 있었음에 함께 감사하고 싶어지고, 똑같이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하고나서 책장을 합치던 때의 느낌을 흡사한 체험담으로 서술한 작가의 글에 대조시키는 솜씨, 여행지에서 뵌 음식점 주인 할머니가 즉석해서 부른 노래 무대에 대한 감동, 자유방임을 하시는 모친이 무관심한 듯해도 현재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담담한 서술, 유명 가수 콘서트에 갔다가 느꼈던 시니컬한 노가수에 대한 소회, 프랑스 작은 도시에서 만난 네덜란드 영감님의 그림그리는 정성, 직장에 취업해서 여러해 버티다보니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그저 현재에 만족하는게 답이지만 결국엔 여행을 떠나서 소원을 이루었다는 일화 등등, 다들 이 나이가 되서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사건, 공간, 인물, 상념 등이 주제는 단순해도 아주 능숙하신 문체로 펼쳐져 있어서 좋았다. 살아가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는게 인간이라면 공감 또한 인간의 능력이고 이분의 에세이를 보면 공감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차분함에 매우 감동을 할 것 같다. 이틀만에 다 읽었다.
독특하신 것은 기억력이 없어서 글쓰는 것이라는 너스레가 뻥인줄 알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것 같다. 아는 것도 많으시고 글도 잘쓰시고 성품도 차분하신데, 기억력이 없으시다니 잔잔한 너스레의 정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예능으로 치자면 머리 좋은 사람이 바보 연기도 잘한다고 하듯이 정말로 현명하신 저자분의 감성이 느껴지고 전혀 바보 같지 않은 재미가 느껴진다. 취미생활을 위해 구입한 작은 카메라에서도, 피아노를 가르치는 모친에게서도, 여행지에서 만난 네덜란드 화가 영감님과의 대화에서도,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게 이책을 읽은 묘미 중의 하나다. 소재도 문체도 감성도 도드라지지 않는 차분함에다가 생활 속에서 마주친 대상들에 대한 사려깊은 생각들이 부담없이 읽힌다. 이책 말고도 에세이집을 여럿 쓰셨는데 또 한권 더 구해볼까 싶다.
직업이 언어 표현을 창안하시는 직업이다보니 쓰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쓰신댄다. 나도 요즘 생계용으로 쓰기를 집중하고 있는데 공감보다는 존경을 하고 싶어졌다. 공감은 저자와 나를 수평적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보고 하는 권력의지적(?)인 감정이고, 존경은 저자와 나를 같은 위계질서에서 놓지 않고 우러러보는 감정이다. 난 후자를 느꼈다. 경험 많은 에세이스트이신 저자를 흠모하게 되었다. 책의 분위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내 이해는 소량 적어놨는데 이해는 되실 것 같다.
모든 요일을 기록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건망증이 심하지 않는다는 의미 같다. 저자의 글쓰기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고 이를 위한 생각의 깊이와 폭도 빛을 발한다. 반만 사용해둔 형광들처럼, 매우 밝은 빛을 방안에 채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깜빡거려도 형광등 전구만 바꾸면 다시 밝은 빛을 내는 형광등이다. 밝은 방에서 저자의 레퍼토리 서사 능력을 보면서 깜빡했던 내 인생의 한 순간을 떠올린다. 자주 깜빡하는 일상도 글로 써놓으면 좋다. 이분처럼 글쓰며 대처하면 그 긴장감이나 보존력이 얻어질 것 같아서 좋을 것 같다. 글쓰기 요령은 잃지 않는다는 것, 글을 읽는 방법도 잃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남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그것은 행복한 경험인 것 같다.
두서없는 서평인데 아무튼 누가 읽어도 감탄할 책이다. 강추한다. 안읽어보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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